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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힐스 골프클럽하우스
놂
골프클럽하우스
<세 가지 생각>
집도 사람처럼 생노병사가 있다. '비전힐스 골프클럽하우스'도 태어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2011년, 몸 한쪽(직원동)을 산사태로 잃은 아픔이 있었다.
나에겐 내가 설계한 건물이 자식과도 같다.
며칠 전 이곳에 다시 가보니, 그 몸으로도 여태 사랑받으며 잘살고 있는 듯 해 다행이다....
산사태가 그나마 그 정도에서 멈출 수 있었던 것이 혹, 중앙부 쉘터 덕분이었을까?
무슨 얘기냐 하면, 시공(1998년 착공)이 한창이던 어느 날 공사 현장에 와보니 쉘터 하부 철골구조가 껑충하게 높이 올라가 있었다. 도면을 확인해 보니, 단면상세도가 입면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잘못 적혀 있었다.
건축주는 한사코 멋있다고 그냥 놔두자고 했지만, 난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내 잘못이니, 기어이 천만 원 사재를 들여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수정시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쉘터는 골프장 건설로 파괴된 뭍 생명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남몰래 하늘로 띄운 내 마음속 진혼의 날개였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설계하며 들었던 세 가지 나의 생각이다.
ㅡ첫 번째 생각. 건축과 인간의 만남에서,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쉼과 즐거움을 건축적으로 제공하며 증폭시켜 줄 방법이 무엇인가?
노출콘크리트 열주, 잿빛 납동판 지붕, 사선 처마 구성으로 진입부의 첫인상을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정한(靜閑)한 비일상적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무엇보다 내부 동선을 일반적인 상향방식이 아니라 최상층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하향방식으로 구성해 전개했다.
로비에서 중정과 중앙 아트리움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상향 동선과 다른 새로운 공간감을 제공할 것이며, 필드에 접한 원호의 각 부분에 이르러 멀리 넓게 확장되는 조망은 일상에서 위축된 답답한 가슴을 열어 줄 것이다.
ㅡ두 번째 생각.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이용자(골퍼)와 종사자(관리자, 캐디) 모두에게 상호 위화감이 유발되지 않는 유쾌한 장소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종종 이용자와 종사자를 위한 시설수준이 차별의 정도를 넘어 비인간적 상태인 것을 보기 때문이다. 은폐된 한편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가 있다면 그곳의 이용자 기쁨이 참될 수 있을까?
진입부와 필드를 가르는 긴 수평 축은 이용자와 종사자를 위한 시설을 분절하고 연계시키는 공간구성의 기점이다.
지상 한켠에 종사자를 위한 시설을 배치하며, 골퍼들의 이용 동선은 이 축의 직교 방향으로 전개하여, 원호의 중심에서 상하좌우로 분기하고 종사자 동선은 축을 따라 평행하게 상하로 전개된다.
상호간의 동선은 수직 또는 수평으로 분리되며 불필요한 접촉을 가급적이면 없도록 했다.
ㅡ세 번째 생각. 건축과 자연의 만남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상호 상생하며 유기적으로 결합된 조화로운 장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건축부지로 정해진 곳에 건축을 이유로 더는 지형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10미터 높이의 차이를 이용해, 이곳에 상승하고 하강하는 두 기운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묻힘과 솟음, 수직과 수평, 곡선과 직선, 무거움과 가벼움, 등 다양한 상대적 요소의 상생적 결합이 이곳의 조형 원리다.
중앙부 햇빛막이 장치인 쉘터는 비전힐스가 미래를 향해 띄우는 꿈의 연(鳶)인 동시에, 나에게는 이곳에서 품었던 내 마음 속 진혼(鎭魂)의 날개이기도 하다.
언제인가 무성히 자란 담쟁이가 온 벽을 덮고 이끼가 낄 때 쯤 이 상생의 생각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