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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립도서관

도서관

은평구립도서관이 그동안 자물쇠로 걸어 잠궈 놓고 있던 석교(夕橋)를 곧 개방한다고 한다. 2001년 개관후, 1주일 만에 옥상과 뒷산을 연결한 이 석교가 차단된지 18년 만이다. 개관 당시 석교를 개방 했더니 뒷산에 산책나온 사람들이 애완견과 함께 흙발로 열람실을 출입하고, 또 응석대(應夕臺)에서 술판을 벌여 도서관에서 관리상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석교는 이 도서관이 주변의 자연과 하나되어 일대의 지역주민들과 방문자에게 뒷산과 도서관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산책할 수 있도록 부지 경계선을 넘어 베풀어 놓은 공중정원의 길이었다. 그래서 사색하며 지식이 지혜가 될수 있기를 바란 도서관의 생명줄 같은 길이다. 그동안 기회될때마다 개방을 요청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어서 포기상태 였는데, 그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반갑다. 정말 반갑다! 남북의 길이 소통되는 때라, 통일로에 소재한 이 도서관에 움튼, 이 개방 소식이 통일의 좋은 조짐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금년 2월 이었다. 작년에 제작하여 제1회 책영화제 때 상영한 ‘바다로가는 책담길’을 ‘오늘의 도서관’과 인터뷰때, 소개하고 유튜브에 올렸는데, 은평구립도서관장이 그걸 본후, 영향을 받아 석교에서 뒷산으로 이어지는 숲속 도서관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책담길’ 개념을 반영해 짓겠다고 하니, 이야말로 일석이조가 된 셈이어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다. 다음은 준공시에 도서관에 대해 썻던 두 문장의 글을 한문장으로 엮어 다시 정리한 글이다.



은평구립도서관은 얕으막한 동산으로 이루어진 불광 근린공원 내에 입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향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는 부지란 도서관 입지로서는 적합한 곳이 아니다. 강한 일광과 자외선으로 인해 독서와 도서를 보존하기에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물 배치도 서향을 피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 산등성이에 서보면, 이러한 사실은 극복하고 넘어 서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산아래 펼쳐진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눈맛이 시원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해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장소인 까닭이다.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生命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夕陽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틈에 감춰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 보다 더 偉大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自身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설계할 당시, 늘 머리에 맴돌던 인디언 수우족의 구전 기도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을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몽상을 키우며 지속적인 촉매로 작용 하였다. 생각해 보라, 신비하고 황홀한 석양의 빛과 그 우수가 주는 메세지를. 이는 그 어떤 도서관의 그 어떠한 텍스트 보다도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게 일깨워 주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이보다 더 이곳을 예지의 장소로 만들어 줄수 있을까? 나는 어떤 주문에 사로 잡힌듯 오랫동안 석양을 바라보았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도서관은 석양을 향한 나의 이러한 집착과도 같은 몽상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며, 나는 이곳에 석양을 위한 한편의 서사시를 쓰듯 터를 고르고 벽과 기둥을 세우고 단을 만들어 나갔다. 이리하여 이 도서관은 신화가 상실된 시대에 다시 신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한 우매한 인간의 한결같은 발걸음과 염원을 담은 석양의 신전에 다름 아니다.


입지 조건의 부정적 요인은 내부 환경의 물리적 처리를 통해 약화 시키고, 석양의 정서적 요인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도서관의 본질적인 장소성을 구축하는 기반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존 환경을 존중하고 그 환경 질서에 부응하기 위해선 먼저 지형 지세에 순응하는 단형(段形)의 메스가 요구되었으며, 이 요구는 도서관의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내부 공간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 단형의 옥상에 독서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고, 뒷산으로 가는 다리를 설치해, 주차장에서 옥상정원을 거쳐 뒷산까지 단절되지 않고 산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원래 지상에 있는 공원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 하부에 도서관이 들어선 형국인데, 본래의 공원이 유지되면서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상태로 거듭난 셈이다. 그래서 땅의 효율을 높이고, 땅과 사람의 관계가 조화롭게 형성될 수 있기를 바랬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추구한 “삶”의 모습이다.

각층에 마련된 24개소의 응석대(應夕臺)는 석양으로 향하는 원심력이 내재된 곳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이 도서관의 이미지 형성에 강한 파장을 주고 있는 요소다. 석양과 산아래 삶의 풍경을 바라보며 소멸해 가는 대자연의 순리를 깨우칠 때, 생성과 존재의 가치가 더욱 소중함을 깊게 터득할수 있을 것이다. 응석대는 자연과 인간이 본래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하는 묵시적 교훈을 함축하고 있는 장소다. 성찰을 통해 지식을 지혜로 전환시키는 곳이며, 독서 공간을 외부로 확장시켜 내외 공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도모하였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추구한 “앎”의 모습이다.

도서관의 중앙에 위치한 반영정(反影井)은 인간의 심성으로 향하는 구심력이 내재된 곳으로서, 도서관의 중심에 자리한 마음에 해당되며 명경지수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요소다. 가장 내밀하고 조용하며, 가장 낮은 이곳에 하늘을 담고자 하였으며, 반영정은 이름 그대로 존재의 그림자를 투영하는 곳으로 ‘윤동주’ 시 ‘자화상’ 속의 우물에 비친 사나이처럼 고요히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는 장소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추구한 “놂”의 모습이다.

뒷산에서 도서관 옥상으로 연결시킨 석교(夕橋)는 이 도서관의 개념을 확고히 하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로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존엄한 자유 정신을 한층 고양시키는 요소다.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통로와 길을 열어, 지역의 환경과 건강에 기여하도록 하였으며, 건축과 자연을 하나로 엮어 인간과 함께 하나로 융화될 수 있도록 하였고, 버려진 땅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역 주민은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추구한 “풂”의 모습이다.

주출입구 전정 공간에 수직으로 직립한 삶,앎,놂,풂,빎, 5개의 원주(圓柱)는 이곳이 도서관임을 알리는 솟대와 같은 것으로서, 이 도서관의 프롤로그이며 오버츄어와 같은 요소다. 도서관 자체가 땅에서 하늘로 일어선 수직의 존재이지만, 열주는 바람을 포착하기 위해 기립한 깃발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하여 선 그 무엇이다. 한낮동안 천공을 향하여 선 열주는 해질 무렵 초월과 허무를 향해 사라진 무수한 나그네의 행렬처럼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찾는 발걸음이 이곳에 끊이지 않으리니, 먼후일 이 도서관이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큰바위 얼굴로 작용하길 바라며, 진리를 찾아나선 탐구자의 소망과 염원을 열주에 담았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추구한 “빎”의 모습이다.


형상이란 존재하는 동안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에너지의 덩어리이며 빛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언젠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새로운 빛으로 와해될 빛의 화신이고 응집이다. 그래서 모든 재료란 기본적으로 하나의 빛이다. 사물들의 형상이 비어있는 공간의 형과 채워져 있는 물체의 형으로 나뉘는 것은 빛이 지금 그곳을 통과하고 있거나 머물러 있는 것의 현상이다. 이곳에 머무르며 도서관이 된 빛은 단색조인 노출 콘크리트이다. 이 재료는 자기의 존재를 꾸밈없이 보여주는 순수하고 담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이미지에 노출콘크리트 표면의 무채색은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한아(閑雅) 하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기운을 더한다. 그래서 대칭으로 축을 지니며 정좌(靜坐)하고 있는 장중한 형상을 짓고, 강렬한 석양의 붉은 빛을 담아 내기에 적절한 재료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이곳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와 어울리니 제격이다. 이 빛은 앞으로 이 도서관에 노을이 비치고 어스름이 내릴 때, 시원으로 부터 들려오는 신화를 아득하게 전해줄 것이다.

석양에 대한 나의 이러한 몽상과 경도된 마음은 이곳이 교육의 장소인 도서관이기에 더욱 심화된 것이다. 수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통하여, 이곳이 다만 첨단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많이 수장하고 그것을 어떻게 편리하게 이용하고 제공하느냐 하는 창고형 마켓 같은 도서관을 나는 지양했다. 정보를 취하여 우리가 결국 인생에서 축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도서관은 모든 물음을 궁리하고 탐구하는 장소다. 그래서 건축공간 스스로 해답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정보 도서관이기에 앞서 이 장소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나로 융화하는 조화로운 장소가 되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혜를 일깨우는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도서관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내부 기능의 성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하드웨어인 장소성의 구축에 근본적인 뜻을 두고 더욱 관심을 기울인 까닭이 있다. 그 결과, 이 도서관엔 3가지 길이 생겼다. 하늘을 향하는 영혼의 길, 사회를 향하는 마음의 길, 자연을 향하는 육체의 길이 그것이다.

도서관에 이윽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게 되면 두런거리는 밤공기 속에 잠을 깬 공원의 요정들이 하나 둘 석교를 넘어오고, 하늘에선 무수한 별들이 나와 하늘로 향하여 가는 이 산책로를 가득 채우리라. 이 하늘이야말로 이 도서관이 구축한 매일 업데이트하는 최신 정보의 서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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